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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/건강

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 가기 - 2번째 방문

약 먹고 2주 간의 나

나는 술 먹는 걸 좋아한다. 아.. 술자리를 좋아하는 걸까나..

모든 약이 그렇겠지만, 약을 먹을 땐 술을 먹으면 안 됐다.

그래서 좀 술을 줄이는 삶을 살았다. (여러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보거나, 회식일 땐 먹었지만)

 

전에 말한 것처럼 딱 우울하지 않다는 마음이 들진 않았다.

근데, 2주 뒤 병원가기 한 3일 전쯤인가부터 뭔가 살짝 어? 나 그리 우울하지 않네?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.

집중도 어느정도 한 것 같기도 하고.. (진짜 잘 되던 시절보단 못 하는 것 같지만)

 

병원에서

오자마자 우울감 검사를 했다.

결과는 예전보다 우울감이 많이 줄었는데, 그래도 일반인보다는 많이 우울했다.

 

불안함은 많이 줄었냐고 여쭤보셨는데, 비슷했다.

여전히 퇴근 후에도 회사 일 걱정이 되고 (일과 삶의 분리가 중요한 건 아는데도 마음이 마음 같지 않다)

출근할 때 엘리베이터에서 너무 답답하고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것 같고

편하고 친한 친구들이랑 만나도 뭔가 좋은데 힘들고.. 랄까나

그래서 불안함 관련 약이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빼기로 했다.

 

우울감은 3일 전부턴 좀 괜찮은 것 같기도 한데, 그렇게 차이를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

우울함을 완벽히 확 잡고 가자고 하셨음. 최대의 행복을 경험해 보러 가자고 하셨음.

 

쨌든 그래서 불안함 약을 줄이고, 우울약을 두 배로 먹고, 집중? 되는 약을 추가했다.

음~~ 굳. 새로운 조합이 벌써부터 기대된다.

 

+ 술 때문에 약을 못 먹은 날 때문에 4일 치의 약이 남았는데,

그거를 활용? 할 수 있게 계산해서 2주 치 약을 만들어 주셨다. (귀여운 의사 선생님)

 

1번 아침 약이라 그런지 꽤 잘 챙겨먹는 중

 

질문

내가 이게 약을 먹어서 행복한 건지, 플라시보로 행복한건지, 진짜 행복하긴 한건지 모르겠다라고 했더니

(뇌가 나인지, 호르몬이 나인지, 전기적 신호가 나인지 조차 궁금해한다.)

의사 선생님이 내 마음은 잘 모를 수 있으니, 근처의 가까운 사람에게 내가 전보다 변했냐고 물어보라고 하셨다.

 

또 약으로 많이 행복해지면, 나중엔 약 없인 행복하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고 했더니

지금이 너무 우울함에 빠져있어서 기본값이 우울인거지,

사람은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해서 어느 정도 행복한 상태가 되면 약 없이도 그 행복한 기분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하셨다.

또 문제가 되지 않게 서서히 약을 끊을 것이니,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.

 

후기

뒤에 일정 시간이 좀 떠서 병원에 있는 그림책을 읽었는데 너무 슬퍼서 진짜 엉엉 울었다

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서 (정신관련된 책들이 막 있다. 읽었던 건 '충분히 슬퍼할 것'이다. 슬프다ㅜㅜㅠㅠㅜ)

앞으론 여유를 가지고 병원에 왔다 갔다 하려고 한다

 

사실 약 먹고 우울함이 많이 괜찮아진 것 같기도 한데, 내가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

우울하지 않은 내가 익숙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, 여전히 비슷하게 우울한 것 같기도 하고... 너무 어렵다

내가 나를 모르는 게 진짜 힘들고 슬프다

 

회사에서

쓴 글들을 보면 회사가 나의 스트레스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,

사실 주변 사람들도 착하고 좋고 잘해주고, 배울 것도 많고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서, 많은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한다.

그런데도 힘들어하는 내가 개복치 같고 더 슬프다.

그냥 나는 이익 집단에서 계급사회생활을 처음 해봐서 조금 힘들어 하는 것 같다. 마음 관리 잘해야지 민희야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