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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/건강

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 가기 - 초진

증상

요즘따라 회사에서 집중도 엄청 안 되고, 거의 대부분의 하루가 우울했다.

잠을 많이 자도 너무 잠이 와서 점심시간에는 항상 자고 (나는 중국인인가..?)

감정 기복도 심하고, 사소한 걸로도 화나고...

 

사실 아주 예전부터 나는 우울이라는 감정에 익숙했던 것 같다.

하루종일 열심히 살고, 재미있게 놀다 와도 집에 오면 우울했다.

그래서 어렸을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냈다.

근데 회사를 다니니까 힘들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고, 점점 우울해진 것 같다. (+ 좋아하는 일들을 할 에너지가 없어서)

그래서 우울을 마주 하고 해결하기 위해 이것저것 해봤지만, 아무래도 나는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았다.

 

약물치료

예전부터 심리 상담은 종종 받았었다.

어렸을 땐 집안 사정으로, 코로나랑 취준 쯔음엔 힘들어서, 회사상담센터를 가보고 싶어서.. 등등

이야기하면서 울면서 내 마음을 알아가고 정리하기엔 좋았지만, 뭔가 약물치료를 받아보고 싶어 져서 병원에 간다

 

내원을 미뤘던 이유

친구들한테 이야기를 들었을 땐, 정신병원은 초진에 돈이 꽤 든다고 실비보험부터 들고 가라고 했다

뇌파 검사 같은 거도 하게 되면, 십만 원 까지도 나오는 것 같았다.

(뭔가 병원은 지속적으로 약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아 무서웠었달까)

 

내가 느끼는 나의 우울의 정도는 그렇게 심한 건 아닌 것 같았다.

내 마음인데 내가 관리할 수 있지!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함께

혼자 해결해 보려고 유튜브로 마음 관리하는 법, 우울할 때 해결하는 법 같은 걸 봤었다.

사실 거기서 말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나는 하고 있었다.

운동하기, 규칙적으로 자기,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기, 햇빛보기... 

 

귀찮아서 병원 갈 시간에 놀거나 쉬고 싶어서 미룬 것도 큰 듯

 

병원예약

블라인드에 회사 근처 병원을 검색해 보고, 카카오 지도에서 평점 확인하고 한 곳을 마음에 딱 정했다.

 

예약은 전화로 할 수 있었는데, 리뷰 보니까 인기가 많아서 일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하는 것 같았다.

마음속으로 다음 주 화요일을 생각하고 전화했는데,

어떤 이유로 찾아오냐길래 우울증, ADHD 쪽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하니까,

ADHD 전문 의사 선생님이 화요일은 쉬신대서 목요일로 갔다.

(혼자 고민하고 미루기보단 문의 전화라도 먼저 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)

 

초진은 넉넉잡고 2시간 필요하대서 5시로 예약했다.

5시 이전에 퇴근하는 건 눈치 보이지만,,, 병원 가야 하는 걸 어쩌겠어.. 

 

너무 비쌀까 봐 뇌파 검사 같은 것도 하냐 물어봤는데,

선생님이랑 상담 이후에 정한다고 편하게 신분증만 들고 오라고 하셨다.

 

병원 가기 전

선생님께 내 상태를 잘 말씀드리기 위해 나는 왜 우울한가 생각을 조금 해봤다.

회사에서 내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서,

에너지가 떨어져서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못 해서, 지친 내 모습이 싫어서

생각이 많아서 괜한 걱정이 많아서,

자취방 방음이 잘 안 돼서 내 공간이지만 편하게 쉬지 못해서 등등.. 일까나

 

내 성격? 상태? 에 대해서도 좀 정리해 봤다

병원에 써들고 갔던 내가 생각한 나의 증상

 

병원에서 

병원에 도착하면 ADHD 검사지부터 작성한다.

검색해 보니까 상담받고 검사하는 곳이 있고, 검사하고 상담받는 곳이 있는 것 같았다.

 

선생님이 나의 검사 결과를 보고 adhd 도 있지만, 우울감도 있다고,

위에 사진에서 형광펜 표시한 게 adhd 증상이라 끼가 없는 건 아닌데,

우울하면 adhd 같은 증상도 보인다고, (우울한데 어떻게 집중이 되고 효율이 나겠어요! 하시면서)

우울함이 더 큰 것 같은지, adhd 문제가 더 큰 것 같은지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.

 

으음 생각해 봤을 때 adhd 증상으로 힘들어해서 병원에 온건 맞지만, 

아무래도 우울함이 더 큰 것 같았다.

(검색할 때도 우울에 관해 더 많이 했었고, 요새 들어 증상은 심해진 거니까)

 

그래서 나는 우울함을 먼저 잡고 adhd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이쪽으로 다시 잡아보기로 했다.

 

우울함 관련 검사지를 또 해보고, 관련 약 설명을 해주시고 2주 치 약을 받고 나왔다.

이미 아주 졸린데 약을 먹고 더 졸릴까 봐 걱정했는데, 오히려 잠이 깨는 약이란다. (야호야호)

 

+ 형광펜으로 표시하면서 증상을 읽으실 때, 나는 내 나쁜 모습들을 많이 싫어하고 자책했는데,

이런 것들은 성격? 기질? 적인 부분이라 그럴 수 있다고 가볍게 넘어가주셔서 기분이 묘했다.

나는 너무 완벽해지고 싶은 걸까? 내가 나의 나쁜 점만 많이 보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.

 

좋았던 점

의사 선생님이 되게 다정하시다.

내가 예전 가정사를 말하면서 울었을 때, 지금 우울한 걸 고치고 싶으신 거니까. 지금의 나에 집중해 보죠라고 하시는 게 좋았다.

궁금한 거에도 답을 잘해주시고, 용기 내서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, 충분히 좋아질 수 있으니까 믿고 따라와 달라고 하셨다.

 

이것저것 검사하면서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알게 됐다.

우울감이나 불안감, 불면과 같은 심리증상을 체크하기 위한 브레인맵 영 심리도식 검사
정서적 억제, 부족한 자기통제/자기훈련, 처벌

생각보다 많이 나를 억제하고 있었고, (보여줄 수 있는 나랑, 보여주기 싫은 내가 딱 나뉘어있음)

통제는 잘 못 하는 거 알고 있긴 했는데,, ㅋㅋ (행동도 감정도 조절 못 하겠음)

처벌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이었다. 나는 나를 많이 탓하는 편이 구나... 나를 좀 더 사랑해주고 싶다.

 

후기

병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손님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

다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잘 알고 바뀌기 위해 병원을 다니고 있구나...라는 생각에?

좀 더 빨리 올 걸이라는 생각도 했다.

 

초진은 57500 이 나왔다. (검사 + 진료 + 2주 치 약)

처음이라 이 정도고 앞으로는 2만 원 대가 나올 거라고 했다. (생각보다 저렴)

 

위에서 말한 것처럼 잠이 깨는 편이라 아침에 한 번 먹는 약이였는데, 

병원에서 나오자마자 행복해지고 싶어서 저녁이지만 바로 약을 먹고 싶었다.

그래도 잠을 못 잘까 봐 열심히 참았다 (잘했다 민희야)

 

다음 날 두근두근 하면서 약을 먹었는데, 별 차이가 없는 기분이었다.

그래서 아쉬웠는데, 친구가 약 먹고 바로 행복해지면 누가 아프겠냐고 길게 보라고 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