약 먹고 2.5주 간의 나
약을 쎄게 받아서 그런가, 중간중간에 '오? 나 좀 행복한데?'라는 생각이 들었다
큰 문제도 없었고, 적당히 루즈하고, 회사에서 집중도 잘 되고,
엄청 행복하진 않지만, 이렇게 계속 살아간다면 어떻게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
병원에서
도착하면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우울증지표? 검사를 먼저 한다.
내가 내 상태 체크하면서도 너무 좋아진 게 느껴졌달까...
선생님도 내가 좀 환하게 웃는 얼굴 보니까 좋아하셨다
지금까지 병원에서 본 내 표정 중에 제일 밝았다면서...
이주 간 어땠냐는 질문에 좋았어요라고 말하니까
"원래 좋다는 표현 잘 안 하시는데 하신 거죠?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셨네요"라고 캐치해 주셨다.
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이라 눈썰미나 눈치가 좋으신 건지
환자들에게 관심을 많이 주시는 건지 이것저것 잘 캐치해 주셔서 좋다.
내가 너무 좋아 보이니까 약을 줄이자고 하셨다.
너무 들뜨면 안 된다고 했다. 현실 감각이 없어져서 대통령까지 출마하려고 한다라고 하셨다.
나는 그것도 멋지니까 좋다고 했는데,
잃을게 많은 어른이니까, 이젠 기회비용을 따질 나이니까 자제하는 게 좋다고 하셨다.
그렇게 이해는 안 됐지만, (나는 집도 차도 아이도 없으니까) 이해하려고 한다.
근데 이걸 남자 친구한테 말하니까
(선생님이 잃을 게 많은 어른이니까 너무 들뜨는 걸 자제해야 한다. 는데
내 생각에 나는 잃을 게 없어서 잘 공감이 안 된다?라고)
"잃을게 왜 없어 너도 있잖아 몸 소중해"라고 해줘서 감동받았다.
처방받은 약
추석 연휴가 껴서 3주를 처방해야 하는데
너무 약을 약하게 해서 다시 기분이 다운되면 선생님을 욕할 거라면서
기존과 동일한 조합인데 한 약을 자유롭게 먹어보라고 하셨다.
그래도 너무 자유로우면 다 먹을 수 있으니까, 그 알약을 일주일 정도 덜 복용하는 양으로 처방해 주셨고,
신경 써서 덜 먹도록 아침약과 별개로 점심에 먹어보라고 하셨다.
그 약이 없어도 살만하면 없게 지내보다가 또 쳐지는 것 같으면 좀 먹고 그렇게 지내보려고 한다.
사실 근데 나는 들뜨는 내가 좋아서 거의 다 먹을 것 같긴 하다. (약이 아까운 것도 있고ㅋㅋ)
사람이 좀 들뜰 수 있지. 나는 들뜬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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